뒤돌아보면 나의 잘못일 수도..

부송동 박○진 매니저

며칠째 아침부터 딸과 전쟁을 시작하였다. 내용인즉 머리를 양갈래로 묶어라, 핀은 핑크색으로 하고, 옷은 공주처럼 셔링이 들어간 옷을 입어야 한다고 아침마다 귀찮게 한다.

난 날씨가 더우니 그냥 면티에 반바지를 입도록 하였으나 누구를 닮았는지 고집을 꺾을 수가 없다. 오늘도 똑같은 상황이다.

머리는 머리띠를 하고 주황색 핀을 머리 중앙에 꽂으란다. 그리고는 머리 전체를 땋아 맨 마지막엔 핑크색끈으로 묶어달라고 하고 옷방으로 들어가더니 파란색 원피스를 가지고 나온다. 치마가 시원하긴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생활할 때 남자들도 있고, 어른들도 계시니 반바지에 면티셔츠르 입었으면 하는 생각에 딸을 치마 대신 반바지에 면티를 입도록 설득하려는데 딸은 그 마음을 모르고 자기 고집대로 조르기 시작한다.

오늘 날씨 예보를 보니 많이 덥다고 하여 치마 보다는 면바지를 입히는게 좋을 것 같아 딸에게 이번만은 지지 않으리라 마음을 굳게 먹고 치마를 모두 세탁기에 넣고서는 딸에게 엄마가 빨래를 하지 않아서 치마가 하나도 없다 라고 말을 하니 딸의 얼굴이 찌그러지기 시작한다.

그리곤 몸을 던지며 베란다 바닥에 주저 앉아 버린다. 딸에게 “지금머하는겨? ” 라고 말하며 엄마가 준비해놓은 옷을 입으라고 재촉하였으나 딸의 고집도 만만치가 않다. 어린이집 차가 올 시간이 다 되었는데 내말을 들어주지 않고 어떤 움직임도 하지 않는 딸을 보니 화가 이미 머리 끝까지 올랐고 딸아이도 마찬가지였다. 난 베란다에 주저 앉아있는 딸을 애써 외면하며 베란다 문을 닫고 아들의 옷만 챙겨 나갈 준비를 마쳤다. 딸은 그 모습을 보고 발을 더 동동 구르기 시작한다.

나도 화가 많이나 있는 상태라 네 마음대로 하라며 그 자리 그대로 있어. 엄만 오빠랑 출근할테니 라고 말을 하니 더 큰소리로 울면서 난리가 난다.

그런 딸을 보며 마음은 불편했지만 아침마다 딸과의 전쟁을 하느니, 오늘 하루만 고생하자. 라는 생각으로 굳혔다. 그런 마음을 알아채렸는지 딸이 다가와 내게 조용히 안기는게 아닌가. 봐봐 엄마에게 고집피우거나 하고 싶은 마음대로 하고 살순 없어. 치마를 입고 예쁘게 유치원에 가고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엄만 유치원에서 딸이 뛰어다니면서 생활할 때 불편할까봐 그런거야.. 라고 다독였다. 그랬더니 응이라고 대답하며 내가 준비한 옷을 입는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보니 할머니가 옷을 빨았다고 하며 내일은 치마를 입고 간다고 한다. 딸을 이길 수는 없나보다 . 돌이켜 생각해보니 딸의 고집이 아니라 내 고집이 아니였나 .. 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