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9일

김○호(1동 ○정씨네 코디)

어둠속에서 무언가에 쫓기고 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온몸에 땀이 흠뻑 적셔져서 눈을 떠보니 어슴푸레 천정벽지 무늬가 보이고 거실 한복판에 TV가 켜져 있다.

TV에서 심령 솔루션이 어쩌고 하는 케이블 방송이 한창 원한이 서린 영가가 어쩌고저쩌고 한다. 아마도 TV를 켜두고 잠들었다 잠결에 들리는 TV소리와 꿈이 서로 뒤엉켜 악몽을 꾸었나보다.

어둠속에서 손을 더듬어 리모컨을 찾아 TV를 끄고 나니 적막함과 함께 허무함이 밀려오면서 등줄기가 갑작스레 오싹한 느낌이 든다.

다시 잠에 들어야지 생각은 간절한데 잠이 오지 않는다. 가슴에 손을 얹어보니 심장이 아직까지 요동친다.

아무래도 마음먼저 다 잡아야겠다 생각하고 누운 자세로 되지도 않는 단전호흡을 해 보겠다고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기를 여러 번... 내공의 부족함인지 무념무상의 경지로는 가지는 못하고 온갖 사념들이 밀려온다.

그러고 보니 ‘왜 나는 이 거실 한복판에 홀로 드러누워 있는가? 나와 띠 동갑인 ○옥선생님은 오십줄을 넘어선 나이에도 신혼마냥 수시로 서로 카톡을 해대며 궁금하지도 않은 나에게 이런 메시지가 왔네, 저런 메시지가 왔네 자랑을 하고 서로 못 봐서 안달인데... 나는 이제 결혼한 지 고작 10여년 지나서 각방을 쓰고 있다니...’

딱히 싸운 적이 있어서도 아니고 둘째 놈 태어나 밤새 울어대고 보채는 소리를 피해 자리를 옮기다 보니 거실이 편해졌고, 이제 애들도 다 커서 보채고 울어대는 나이가 아닌데도 거실이 익숙해져버려 몇 발짝 되지도 않는 안방에 들어가는 길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내가 보였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나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 베개를 쥐고 안방 문을 빼꼼이 열어본다. 아들 녀석, 딸래미, 집사람 서로 뒤엉켜 잠든 안방의 훈기가 열린 방문 틈 사이로 코끝을 데운다.

발소리 죽여 가며 안으로 들어가 침대 밑 한켠에 베개를 놓고 다시 잠을 청한다.

그리고 다시 숨을 들이마시며 방금 전 되지도 않던 단전호흡을 해봐야지 라고 생각을 하다가 이제 졸음이 밀려온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단전호흡으로 무념무상의 경지는 보지 못하였지만 외롭게 쓰러진 나를 발견한 것이 대단한 것이라 위안하며 이쯤에서 그만 자야겠다고...

<감정>

- 동변상련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단전호흡을 하면서 멈추는 공부를 잘하셨습니다.(김○환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