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7일

김◯호(1동 ◯정씨네 코디)

딸아이가 피아노 학원을 다닌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어서서 경연에 나간다고 하니 기특하기 짝이 없다.

딸아이가 다니는 학원은 같은 반 친구 어머니가 운영하는 학원인데 그 친구와는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서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며 피아노 실력이야 어찌되었건 어려서 좋은 친구 만들어서 함께 지내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는데 이젠 경연까지 한다니 기대되는 마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게 행사장에 도착해서 진행표에 나와 있는 공연순서를 살펴봤다. 그런데 원장 딸 다음이 우리 딸아이인 것을 보고 잠시 걱정이 앞선다.

원장 딸은 말 그대로 걸음마를 하면서부터 피아노를 친 아이여서 같은 나이의 우리 딸과의 실력차이가 엄청날 것인데 하는 우려와, 이렇게 조를 편성한 학원 원장의 의도가 의심스럽기도 하고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은 경연에 상대심이 들기 시작한다.

이러한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해질 즈음 원장 딸이 나와 연주를 하는데 역시나 밥숟가락 들기보다 먼저 피아노를 시작한 탓인지 그 나이에 소화해 낼 수 없는 곡을 훌륭히 연주해 내는 모습에 모두들 박수갈채를 보내는데 덩달아 박수치는 나의 마음은 편치 않다.

이윽고 우리 딸아이의 순서. 물론 1년 남짓한 피아노 경력으로는 어려운 도전곡이지만 앞의 원장 딸에 비하면 초급수준의 곡인 ‘브람스 왈츠’를 친다.

우려했던 것 보다 잘 하고 있다. 그런데 중간쯤 지나서 손이 엉켰는지 버벅이는 음이 나왔고, 그 순간 마치 내가 무대에 올라간 마냥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행사 전 진행표를 받았을 때 느꼈던 원망심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좀 전까지 옆자리에서 까불대던 아들 녀석이 벌떡 일어나더니 큰소리로 “누나 잘해라~ 파이팅!”이라고 응원을 하는데 그 순간 한동안 싸늘해졌던 장내가 갑자기 웃음소리로 가득차고, 박수소리로 뜨거워진다.

엉겁결에 나도 박수를 치는데 문득 들어지는 생각... ‘나는 오늘 무엇을 하러 여기에 왔는가? 심사를 하고자 왔는가? 내가 심사위원인가? 내가 여기서 할 일은 어린나이에 얼마 배우지 않은 피아노를 여러 대중 앞에서 떨리는 심정으로 연주할 딸아이를 응원하러 온 것이 아닌가? 그런데 시작 전부터 상에 대한 욕심을 내고 결과만을 보려했고, 정작 나의 응원이 필요한 순간에 그것을 망각하고 있다가 그 사실을 이제 6살짜리 아들 녀석으로부터 배우게 된 것이 아닌가?’ 순간 내 자신이 부끄러워 졌다.

어찌어찌 딸아이의 연주가 끝나고 아들 녀석이 준비해간 꽃다발을 건네준다. 나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카메라로 열심히 찍어대며 엄지손가락을 딸아이에게 치켜 올려 보였다.

딸아이도 중간에 실수는 잊은 듯 환한 미소를 보이고 손을 흔들며 퇴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뒤늦은 뿌듯함이 느껴진다.

<감정>

- 딸아이 앞에 잘 하는 사람이 있어 원망하는 마음이 일었는데,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는 일상수행의 요법 5조에 대조해서 공부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박◯진 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