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3일

송○화(사무국장)

집에 못가는 이용자들과 함께 합동제사를 모시기로 근무자와 약속했는데 늦잠을 자버렸다. 겨우 제사를 모시는 이용자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명색이 제사인데 아침부터 늦잠을 자서 옷 모양새도 그렇고 챙겨놓은 제비 봉투도 놓고 오는 등 새해 첫날 아침부터 아차차! 실수 연발이다.

그렇게 합동제사를 마치고 사회자의 인도에 따라 원장님께 세배를 드렸고, 원장님께서는 어제 준비해놓은 봉투를 일일이 이용자분들에게 전하는 찰나 사회를 맡은 직원 선생님이 “세뱃돈(현금)이 아니라 상품권을 준비했으니 재래시장갈 때 이용하시면 됩니다.”라고 이야기를 하니 다들 봉투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눈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여자 이용자 한분이 “재래시장도 안 가는데 이런 건 줘서 뭐해요! 저는 필요 없어요. 다시 가져가요.”라고 큰소리로 이야기를 하자 다들 그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세뱃돈을 준비 안 했던가? 그렇다고 재래시장 상품권을 주는 것은 좀 그런데... 조금 있다가 국장한테 현금으로 바꿔가요.”라고 원장님께서 바로 한 말씀을 하신다.

원장님 말씀까지 더해지니 민망함과 동시에 마음이 요란해지기 시작했다. 그 여자 이용자 분의 말씀이 걸려 요란한 마음은 멈춰지지 않고 제사를 마쳤는데도 마음이 요란했다.

사실 나는 세뱃돈이 빠진 것도 잘 확인하지도 않고 결재를 했었다. 다행히 연휴 전날 저녁 세뱃돈을 빠뜨린 것이 생각이 났고, 당장 보유한 현금이 없어서 없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현금을 대신하여 재래시장 상품권을 챙기는 것으로 급히 취사했다.

이용자 입장에서 새해 복전으로 재래시장 상품권을 받았다면 어떠할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용자들이 재래시장을 자주 이용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자 이용자의 불만도 이해가 되었다.

‘내가 아니라 이용자 입장에서 깊게 생각하고 취사했더라면...’

반성 아닌 반성을 하고 있는데 식사 전 내 일을 대신해 원장님께서 이용자분들에게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주시고 계신 것이다.

현금을 받으며 웃음 가득한 이용자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이용자 분들에게 “다음부터는 꼭 현금으로 복전 챙길게요.”라고 큰 소리로 이야기 해드리니 요란한 내 마음도 다시 편해졌다.

<감정>

- 식구들의 웃는 얼굴을 보고 마음을 돌렸다고 했는데, 우리 식구들이 마음공부의 보배인 것 같습니다.(최○림 코디)

-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에 대한 경계였는데, 그래도 상황을 빨리 파악하여 대안을 세워서 처리한 것은 대단한 순발력인 것 같습니다.(이○구 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