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27

5동 김*환

출근을 해서 식구들 숙소에 들어가 보니 신발장 앞에 녹색페인트가 일부 묻어 있다. 과연 이게 무엇일까 고민을 하게 된다. 생각해보니 어제 경희공장장님께서 ○○씨가 육포공장 바닥공사를 하고 있는데 장갑을 가지러 들어가려고 한다는 것을 전달받았는데 혹시나 해서 공장장님께 확인을 하기 위해 전화를 해본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바닥방수제를 다 발라놓았는데 밤사이에 또 ○○씨가 장갑을 가져가기 위해 들어가 바닥공사를 망쳐놓았다고 하시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뒷목이 뻐근해지고 마음이 요란해지면서 경계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어제 장갑도 챙겨주고 ○○씨가 반발심이 안생기게 신신당부를 했건만 좋게 좋게 하다보니 이런 상황이 발생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장장님께 미안하다는 인사를 하고 잘 안내를 하겠다고 하고 통화를 마친 후 ○○씨를 기다리기로 했다.

신발장 앞 녹색페인트를 보면서 장갑에 집착하는 ○○씨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마음공부를 해본다. 기존처럼 ○○씨가 반발심이 안생기도록 좋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타인에게 재물적으로 손해를 끼치는 사항이 잘못 된 것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강하게 대해볼까??...

조금 있다 ○○씨가 방수제와 흙으로 잔뜩 떡칠이된 슬리퍼를 신고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듯 능청스럽게 들어왔다. 그런데 순간 화가 나기보다는 얼마나 장갑이 필요했으면 그 밤중에게 과감한 용기를 보이며 다녀왔을까 하는 생각에 그러면 안되지만 속으로 웃음이 쏟아졌다. ○○씨에게 어제 발생한 일에 대해 약하게 겁을 주고 우선 씻도록 이야기했다. ○○씨는 아침부터 잔소리로 시작하면 성을 내며 다른 식구들에게 피해주는 것을 알고 있는지라 간단하게 어제저녁에 발생한 행동에 대해 안내를 했다. 이후 작업장에서 ○○씨가 자신의 장갑이 분실되거나 챙기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가방을 챙겨 가지고 있는 장갑을 모두 담아 출근을 시켰다.

이후 간부회의시간에 보고를 하고 국장님으로부터 ○○씨에게 장갑 한 박스를 사서 숙소와 작업장에 비치하여 수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피드백을 받고 나서 숙소에 들어와서 생각해본다. 출근준비를 하느라 ○○씨의 행동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큰 숙제로 남겼는데 피드백을 받고나니 ○○씨의 도전적 행동이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에 스쳐 지나간다. 그동안 나는 좋은 장갑을 구입해주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장갑을 잘 챙겨서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하기만 했다. 하지만 ○○씨는 자신의 성에 찰 만큼의 많은 장갑이 필요하지 않을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고 대응하지 못했다. 예전에도 선생님들의 운영계획서를 수시로 손대 ○○씨 전용 운영계획서를 지급해주고 나니 이후 그런 문제가 사라진 것과 같은 문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동그라미에서 스타로 살아가고 선비처럼 책을 좋아하는 ○○씨를 장애 특성에 따라 기분을 맞춰주고 왕자 모시듯이 살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도전전 행동에 대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고 해결하지 못한채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단순하게 ○○씨의 도전적 행동을 나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라고 생각을 해보니 마음이 조금 풀리고 어려운 숙제를 해결한 듯 후련했다.

대종사님 말씀하시기를 무릇, 천하만사가 다 본말과 주종이 있나니, 근본을 알아서 근본에 힘쓰면 끝도 자연히 좋아질 것이나, 끝을 따라 끝에만 힘쓰면 근본은 자연 매하여질 것이요, 또한 주를 알아서 주에 힘스면 종도 자연히 좋아질 것이나, 종을 따라 종에만 힘쓰면 주가 자연 매하여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보통 이용자들의 도전적 행동이 갖는 의미에 주의를 기울이기 보다는 행동수정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나에게 경종을 일으키는 소중한 경험을 해본 것 같다. 앞으로 이용자들의 도전적 행동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과 태도록 접근하며 의사소통과 상호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데 힘써볼 수 있도록 마음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