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1일

이*구(1동 매니저)

지난 13일 김○산씨가 새로 입주하면서 하루가 바쁘게 흘러가는 것 같다.

워낙 특별한 케이스로 입주를 했기에 경찰서와 은행 등 외근이 특히 많아졌다.

20일. △△과 ■■에 김○산씨의 명의로 된 통장이 있는데 비밀번호를 몰라 변경을 하기 위해 은행에 들렀다.

일단 △△에서는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비밀번호를 변경했고, 이후 익산에 있는 ■■으로 향했다. 창구 직원에게 설명을 한 뒤 비밀번호를 변경하려고 한다며 통장과 도장, 신분증을 제시했다. 변경신청서 등을 작성하고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는데 잠시 상사와 얘기를 나누고 나서 한마디를 한다.

신분확인이 되지 않는 관계로 김○산씨의 입주확인서와 직원재직증명서를 첨부해야하고, 어차피 예탁금의 경우는 여기에서는 변경이 안 되고 처음 개설했던 곳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럴 거면 차라리 삼례에 가서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한다. 들어보니 맞는 말이어서 일단 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례 ■■은 익산에 있는 ■■에서 요구하는 서류가 다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전화를 했다. 상황을 설명했더니 예금주가 신분증을 가지고 와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고 말할 뿐 다른 서류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

‘그럼 굳이 서류가 필요 없겠네?’라고 생각했고, 사무실에도 말을 하지 않았다.

21일. 비밀번호 변경을 위해 김○산씨와 함께 ○례 ■■을 찾았고, 순서를 기다린 뒤 차례가 되어 통장과 도장, 신분증을 제시했고, 직원의 안내로 비밀번호 변경신청서를 작성했다.

그렇게 창구 뒤쪽을 왔다 갔다 하며 서류를 정리하는 것 같더니만 잠시 뒤 창구 직원이 하는 말. “직원분 신분확인을 위해 재직증명서가 필요한데요.”

‘헐... 분명 어제 전화를 해서 확인을 했건만 이건 뭔 소리???’

“어제 남자분과 통화를 했을 때는 본인이 와서 신청을 하면 된다고 해서 준비를 해오지 않았는데요.“라고 퉁명스럽게 얘기를 했다.

잠시 다른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는가 싶더니 한 남자분이 와서 어제 자기가 전화를 받았는데 업무가 틀리다보니 잘 몰랐다고 하면서 죄송하다고 한다.

경계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후~” 길게 숨을 한번 내쉬고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물었다. 직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재직증명서를 팩스로 보내달라고 한다. 얼굴이 더 달아오르는 것 같다.

사무실에 전화를 했다. 김○남 쌤이 받았고, 조○순 쌤을 바꿔달라니 조금 전에 외근을 나갔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더욱 화가 나고 답답했다. 하소연을 하듯이 ○남 쌤에게 그동안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국장님께 얘기를 해서 발급이 가능한지 알아보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순간 팩스로 받지 못하면 다시 월요일에 외근을 나와야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호흡도 거칠어지고 얼굴도 더 화끈거렸다. 왕 경계다.

불편한 마음으로 앉지도 못하고 서성거리고 있는데 잠시 뒤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고, 국장님께서 발급을 해서 팩스로 보내주겠다고 한다.

그제야 마음이 평온해 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팩스가 도착을 했고, 이후 업무가 재개되었다.

의자에 앉아서 좀 전의 상황을 되짚어가며 마음을 추스르자니 문득 ‘상시응용주의사항’이 뇌리를 스친다.

‘응용하기 전에 응용의 형세를 보아 미리 연마하기를 주의할 것이요’

‘아하! 응용을 하지 못했구나. 전날 익산에 있는 ■■에서 재직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했으면 같은 은행이기에 필요하지 않았을까? 서류한통 때는 것이 뭐 그리 어렵다고... 필요하건 필요하지 않건 기본적으로 준비를 했더라면 편하지 않았을까? 정말 안타깝도다...’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업무가 끝났고 통장과 도장, 신분증 등을 주면서 정확하게 알려주지 못해 죄송했다면서 창구 직원이 사과를 했고, “괜찮습니다.”라고 답례를 한 뒤 은행을 나왔다.

돌아오는 차안 왠지 기운은 없지만 2틀 동안 일을 하면서 또 다른 공부법을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