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13일

은혜의 집 정○회

친구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듣고 친구들과 서울로 문상을 갔다 다음날 새벽 5:30분에 집에 돌아왔다. 잠도 못자고 라색수술로 세수도 못하는 처지라 얼굴과 머리는 식용유를 발라 놓은 것처럼 매끈거리며 안약을 넣을 때마다 눈이 따끔 거리며 아파왔다. 이런저런 경계 속에 3주 고생하고 30년을 안경 벗고 편하게 살 생각으로 경계들을 돌리며 불편함을 견디고 있었다. 눈만 깜박거렸는데 벌써 6:30분 알람이 울린다. 아 벌써 병원 갈 시간이 됐구나 하고 비몽사몽간에 옷을 주서 입고 아내 손에 끌려 병원으로 향했다. 출근시간까지 갔다오려면 최대한 일찍 가서 1번으로 진료를 받고 오기로 마음먹었다. 전주까지 가는 내내 차안에서 함께 문상 간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 받으니 금세 전주00안과에 도착!! 7:40분 병원 3층을 올라가니 문이 잠겨있었다. 원래 병원은 5분전에 여나보다 생각하고 차에서 잠깐 기다리기로 했다. 지난주에 분명 8시부터 문을 연다고 했는데 시간이 되도 열리지 않는 문을 보며 이상하다 생각은 들었지만 20분을 기다리고 다시 올라갔다. 간호사 몇 명이 청소를 하고 있었고 머리와 얼굴에 기름 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뭐가 잘못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라색수술하고 렌즈 빼러 왔어요”라고 답하자. 간호사왈 9시부터 진료를 한다고 한다. 지나가던 실장님도 누가 8시부터 그랬냐고 이름을 말해보라고 한다. 5층에서 수술했던 간호사라는 것 밖에 모르는데 잠도 못자고 춥고 배고픔을 참아가며 어둠을 뚫고 달려왔는데 확 짜증이 났다. 청소기 소리를 들으며 한쪽 쇼파에 앉아 지난주에 8시에 문연다는 간호사에 대한 원망심이 든다. 8:30분 병원 원장 한명이 출근을 하자 마자 ‘일찍오셨네요 오래 기다렸으니 먼저 렌즈를 빼준다’고 한다. 일등으로 진료를 해줬지만 고맙다는 생각보다 1주일전 내게 시간을 잘못 알려준 간호사에 대한 원망심이 더 든다. 2분도 안되어 진료는 끝났고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 내려가니 헐 이번에는 약국이 잠겨 있다. 또 그 간호사가 생각이 난다. 길 건너편의 약국도 잠겨있다. 주차위원에게 물어보니 9시는 돼야 문을 연다고 한다. 모든게 꼬이고 꼬인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이 있는데 일찍 일어난 나는 춥고 배고프고 졸리다. 내가 사람임을 알게 해준다. 문득 생각 없이 내뱉는 나의 말과 행동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의 말속에는 교양과 인격이 있다는데 나의 인격은 몇 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