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 : 정○회

  일요일 아침 근무일, 비가 와서 평소보다 일어나기 귀찮아 버틸 때까지 버티다 7시에 씻으러 욕실에 들어간다. 양치하는데 문자오는 소리가 들려 확인하니 장○선생님이 통화가 괜찮냐는 메시지다. ‘아침부터 소심하게 문자하긴....’ 양치후 전화하니 받지 않는다. 머리에 샴푸를 바르니 휴대폰이 울린다. ‘참 타이밍 기가 막히네~’하며 전화를 받는데, 오늘 근무 맞냐며 확인사살을 한다. ‘맞는데.. 왜 그래요?’라고 물으니 집에 일이 있어 근무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 오늘 근무 조에 사람이 많아 편하겠다는 생각이 숲으로 돌아가니, 앞이 캄캄하였다. 국장님께 보고 하니 예감대로 4명이 일하라고 한다.

오전이 다 지날 갈쯤 숙직도 내가 서야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 오랜만에 잡힌 저녁 약속과 숙직 준비를 못해온 걸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약속한 친구는 어쩔 수 없잖아~’ 라며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었다. 어느 덧 오후 시간이 되어, 자원봉사자 학생들이 원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자주 온 학생과 반갑게 얘기를 주고 받으며, 요새 살이 찐 것 같다며 말해주니 아니라고 우긴다. 내 눈이 맞다고 그 친구를 다시 약올려보지만, 이용자분들과 여가활동 참여로 강당에 내려간다. 오후 다섯시 쯤 후원물품 수령 때문에 쌍능 입구를 달리는데, 마침 걸어가는 학생들에게 잘 가라는 인사를 하니 아까 그 친구가 뛰어온다. ‘다음에 또 와라~’라고 얘기하니, 소감문에 살쪘다고 놀려서 기분 상했다고 쓰려다가 말았는데, 진짜 살쪘냐고 묻는다. 그 말에 턱을 넣어 보라고 하니 그런 걸 왜 시키냐며 웃다가, ‘다음에 또 올께요~’라는 말을 남긴 체 친구들과 걸어간다. 문득 아침에 읽은 이메일의 글이 생각났다. 소크라테스의 체로 세 번 걸렀는가?

"첫 번째 체는 말하는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진실인가?

"두 번째 체는 최소한 선의에서 나온 말인가?"

"세 번째 체는 아주 중요한 내용인가?"

순간 멈춰 선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그 셋 모두 아니었다. 만감이 교차하며, 부끄러웠다. 한참 민감한 여고생에게 살졌다는 말을 해서 상처받았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미안했다. 다른 사람의 외모는 그 사람의 고유한 특징일 뿐인데 왜 놀리고 싶은 걸까? 그것이 중요한 사실도, 선의도, 메시지도 아닌데 말이다. 다음에 오면 칭찬을 세 가지 이상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