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3일

소○진(5동 ○옥씨네 코디)

설날이 다가온다.

○희씨가 “선생님, 저 커피 많이 싸올께요~”라고 얘기하며 방긋 웃는다.

“○희야. 저번에 집에 있는 거 엄마가 먹을거리 다 털어왔다고 하더라. 안 싸와도 돼”라고 얘기해줬지만, 11일 ○희씨 어머니 손에 들려있는 것은 커피믹스 50개짜리 2박스, 밀키스 6개, 강정 2봉지, 음료 10개가 가득 들려있다.

어머니에게 ○희가 이번에도 많이 싸왔다고 말씀드리자 “창희가요. 전화해서 선생님들 준다꼬 커피믹스 사놓으라고 했다니까요~ 집에 있는 거 다 가져가~”라고 허허실실 말씀하신다.

선생님들을 생각하는 ○희씨의 마음을 보면 기특하지만 저 커피믹스 무게만큼 사랑 받고 싶은 욕구가 느껴진다.

○희씨에게 선생님들이 커피 믹스 받는 거 부담스러워하니까 하루에 한 개씩만 드리도록 하자고 안내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 다음 날 아침부터 커피 믹스를 선생님들에게 계속해서 나눠주기 시작하니, 조금씩 경계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더욱이 요새 말이 너무 많아졌고 작업시간을 준수하지 않는 얘기를 들었던 터였다.

작업 시간 내내 1동을 돌아다니며 웃는 낯으로 커피와 편지를 배달하고 다니는 ○희씨를 불러 다시 한 번 작업 시간 준수에 대해 안내하며 “○희야. 선생님들한테 커피믹스 안줘도 선생님들은 충분히 ○희씨 좋아해. 괜찮아”라고 얘기해줬지만, 다음 날 아침에 바로 나에게 “선생님, 여기요~”라고 커피믹스를 내미는 ○희씨.

○희씨의 광대한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누가 말릴까... 그러나 커피믹스를 통한 사랑이 아닌 아무 것도 주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희씨가 이해하는 날이 올까?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걸 이해하도록 하기위해서는 선생님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선생님들께 부탁 하나 드릴게요. ○희씨가 커피 믹스를 주더라도 받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