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0일

소○진(5동 ○정씨네)

○옥씨가 울음을 터뜨린다. 누구와 싸워서도 아니고, 누군가를 미워해서도 화가 나서도 아니다. 바로 ○옥씨 아들, ○성이를 만날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기쁜 눈물을 터뜨린다. 여태껏 ○옥씨가 동그라미에서 누군가를 향한 그토록 맑고 순수한 표정을 본 적이 없다.

“○성아! 엄마가 보고 싶었어!(○성이를 꼭 안아주며, 뽀뽀 쪽)

“○성아! 엄마한테도 뽀뽀 해야지~ ○성이도 엄마 보고 싶었어?”라며 어깨를 들썩인다.

○성이도 덩달아 웃으면서 엄마에게 애정이 가득담긴 뽀뽀를 한다.

그렇게 1달에 한 번 모자 상봉을 보노라면, ‘남북 분단으로 인한 이산가족이 저럴까?’싶다.

○성이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 ○옥씨를 닮아 동그란 눈망울에 피노키오 인형처럼 마르고 작은 체구를 지녔다. 담당 선생님 말로는 눈치도 빠르고 영민하다고 했다.

기쁨의 인사를 그렇게 마치고, 저녁 메뉴로 무엇을 먹을지 ○성이 의견대로 선택한 후 되도록 돈이 들지 않는 놀이터에 가서 함께 논다. 그러나, ○옥씨는 저녁 식사를 한 후부터 점점 다른 사람이 된다. ○성이를 얼싸안고 기뻐하던 모습은 조금씩 사라지고, 혼자서 미끄럼틀이나 시소를 타며 놀거나, 지치면 홀로 멍~하니 앉아있기도 한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성이게 엄마랑 함께 놀자고 보채보라고 하니 ○옥씨 팔을 툭툭 치는데 정작 ○옥씨는 무표정한 얼굴로 모르는 사람 보듯 가만히 서있기만 한다. 이내 시무룩해지는 ○성이 얼굴을 보노라면, 마음이 털썩 내려앉는다.

어떻게 사랑이 저렇게 쉽게 변하나, 일관성 없는 애정이 예민한 아이에게 더 큰 상처가 되는 건 아닌가, ○옥씨의 장애를 알면서도 내 마음이 복잡해지고 경계가 온다.

이 만남을 주선하고 있는 나는 ‘○성이에게 엄마가 왜 저런 행동을 보이는지, 처음 만날 때는 온갖 애정을 다 퍼부으면서 시간이 지나면 무관심한 행동을 하는지, 의지하려고 하면 오히려 떠나고 마는 엄마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엄마의 장애를 8살 꼬마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엄마가 왜 혼자 올 수 없고, 함께 오는 선생님의 존재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를 늘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더는 안 되겠다 싶어 드디어 용기를 냈다. “○성아! 엄마는 다른 사람이랑 조금 달라. 선생님은 안경을 썼는데, ○성이는 안경을 안 썼지? 또 엄마는 팔이 긴데, ○성이는 엄마보다 팔이 짧지? 그런 것처럼 우리는 조금씩 달라. 엄마는 다른 사람보다 뇌가 좀 작아서, 몸은 다 컸지만 어린 아이가 됐어. 영원히 피터팬이 된 거지. 그것은 엄마가 잘못된 게 아니라, 이상한 게 아니라, 그냥 다른 거야.”

아이의 눈빛이 흔들린다. 이해할 수 있냐고 묻자 고개를 숙이고, 이내 조그만 목소리로 “네”하며 대답한다.

보육원 선생님이 엄마가 오는 걸 친구들이 보게 될까봐 어려워한다던 말이 떠올라 친구들이 엄마를 보게 된다면 어떨 것 같으냐고 묻자 “기분 나쁜 것 같아요~”라고 대답한다.

마음이 툭툭 터진다. 그래, 장애에 대한 차별은 혼자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 때문에 오히려 더욱 힘든 법이지. 한 달에 한 번 ○성이를 만나러 올 때, 단순히 ○옥씨 입장뿐만 아니라 ○성이와 ○성이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관계에 대해서 내가 고민을 덜 했구나...

나는 어떻게 ○성이가 엄마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마음의 언어를 전해주고, 주변의 시선을 잘 견딜 수 있도록 힘을 키워줄 수 있을까? ○성이에게 마지막으로 물어봤다.

“○성아, 엄마가 또 오면 좋겠어?” “네~ 또 왔으면 좋겠어요. 다음에도 술래잡기해요~”

그 말에서 희망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