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07일

김○남(간호사)

근무를 마치고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서둘러 나갔다. 목적지에 가는 도중에 다른 친구가 전화를 해서 잠깐 만나고 가라고 한다.

퇴근길이라 차가 밀리면 약속 시간에 늦을 거라고 설명을 하는데도 무엇을 전해 달라고 하는데 하는 수 없이 알겠다고 해놓고 서둘러 물건을 받아서 목적지로 향하는데 앞에 커다란 화물차가 규정 속도보다 늦게 가고 있어 추월을 하고 계속 속력을 내서 가고 있다. 중앙선 쪽 1차선을 따라 갔다. 약간 곡선의 길을 돌아서 가는데 갑자기 새까만 차가 앞으로 가로 막고 나타났다.

순간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미 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차에서는 연기가 나고 있고 문을 열려고 해도 잘 열리지 않고 정신은 몽롱하지만 문을 열고 보도 쪽으로 나오는데, 어떤 아저씨가 옆구리를 감싸고 고통스럽게 걸어온다.

아저씨가 운전자이시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많이 다치셨을 것 같은데 괜찮으시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하시며 앞에 장애물이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고 하며 미안하다고 한다.

여기는 들어올 곳이 아닌데 왜 갑자기 들어오셨냐고 원망하는 소리로 말을 하니 구부러진 그 곳에 입간판을 세워 놓으니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연신 미안해하신다.

내 차는 앞쪽 범퍼가 1/3은 음료수 캔을 밟아 놓은 모습이고 상대방 차량은 운전석 쪽 문이 U자형으로 구부러져 있다.

누가 신고를 했는지 경찰이 출동 되었고 사고 상황을 정리시키고 보험사에 연락해서 보험처리를 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몽롱하긴 하지만 부러진 곳 없고 해서 견딜만하겠거니 했는데 웬걸 자고나니 속이 울렁거리며 계속 구토 증세에 가슴이 아파서 숨을 못 쉬겠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 다행히 부러진 곳은 없으며 CT도 괜찮지만 힘든 상황이니 입원을 하는게 좋겠다고 한다. 주사를 맞고 나니 조금 울렁증이 가라앉는다.

일요일 오후에 국장님께 간단히 설명을 드리고 특별한일 없으면 월요일 아침에 퇴원해서 출근을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나니 여러 가지 경계가 마음을 어지럽힌다.

‘그 운전자는 왜 끼어들 곳도 아닌데 끼어들어서 나한테 이러한 상황을 만들게 하는가? 도대체 정상적인 운전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야?’ 속에서부터 화가 모락모락 올라온다.

참을만하다고 생각했다가도 ‘숨 쉴 때마다 근육이 벌어지는 것 같은 통증은 오래 가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신경을 자극한다. 근육이 뭉쳐서 그러겠거니 했는데 날이 가면서 왼쪽 팔이 늘어진 느낌과 누우면 이렇게 해도 아프고 저렇게 해도 아리기만하다.

그런데 보험사는 나한테 과실이 20% 적용된다고 한다.

‘왜냐고요... 난 규정 속도였고 정상적인 길을 따라서 잘 가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끼어들 곳도 아닌데 끼어들어서 사고가 난 것이지 내가 뭘 잘못했냐고... 난 운전한 죄 밖에 없는데...’ 여러 가지 짜증이 통증을 더 가중시킨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이러한 상황을 계속 짜증낸다 해서 누가 도와 줄 것도 아니고 이 상황이 다시 되돌릴 수도 없고 좋아질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또 근무시간에 이용자와 동승한 차량에서 이러한 사고가 났으면 어떠했을까? 그나마 나 혼자 이만한 것이 천만 다행이며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또 인사사고라도 발생했으면 어떠했을까? 생각하니 아찔하다.

사실 3개월 동안 업무 파악한다고 이용자들 모시고 병원 다니면서 바쁜 마음에 서두른 것이 거의 매일이지 않았던가?

그동안 일처리만 하느라고 내 스스로를 보지 않고 다닌 결과가 이번 사건과도 연결이 되어 있었다. 앞뒤를 찬찬히 바라보니 이번 사건은 짜놓은 프로그램처럼 당연하게 발생되었던 것 같다.

무슨 일이건 서두르지 말고 찬찬히 바라보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외근이 잦은 나는 특히나 이곳 이용자들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지 않은가?

여러 선생님들의 걱정과 배려, 내가 해야 할 일을 모른척하고 있어도 조용히 마무리해 주시는 주민센터 선생님들께 미안하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