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길어지고, 태풍 망오까지 오면 안 된다 싶어 며칠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쁘게 지내고, 7월 18일 용산역에서 오후 7시 36분 익산 행 무궁화 열차를 탈 수 있었다. 금요일부터 주말이 시작되어 그런지 좌석은 빈곳이 드물었다.
밤 11시 반경 동그라미에 도착하여 잠자리로 준비해 두셨다는 숙소로 들어가니 듬직한 친구(여성)가 TV를 보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친절히 안내를 해주는데 옆 동에 아들이 엄마를 많이 기다릴 거라는 생각을 하며 편안히 잠은 잘 잤다.
새벽 다섯 시경 달이 창으로 비추이는가 하여 밖을 보니 날이 밝아지고 있기에 잠자리를 걷고 밖으로 나왔다. 옆 동에 아들이 자는 방에서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지만 좀 이른 시간이라 집 주변에 잘 가꾸어진 뜰을 이곳저곳 살펴보면서, 처음 이곳에 아들을 보내놓고 애타하던 그때와는 전혀 달리 마음이 편해져 있음을 감사하였다.
여섯시가 되어 아들 방에 들어가니 새 친구들은 벌써 샤워까지 마치고 여행 준비로 새로 산 옷들을 다 차려입고, 어서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였다. 일곱 시쯤 반찬을 배식 받아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서, 각자 배낭 하나씩을 메고 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앞마당에 모여 원장님께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드리고, 원장님께서는 내게 어머니가 함께 가시니 든든합니다. 라고 하시는 말씀을 뒤로 하고 드디어 하기휴가의 여행 일정에 맞추어진 활기찬 출발을 하는데, 잘 다녀오라고 온통 웃는 얼굴로 양손을 들어 흔들어 주는 친구들과, 마당 주변에 피어 있는 갖가지 꽃들도 배웅을 해주는듯하여 평소 보아오던 꽃모습들보다 더 예쁘게 보이나 싶었다.
2박 3일의 여행지는 거제도(외도)와 통영으로 해서 부산 해운대 바다 해변 가, 태종대 등 자갈치 시장까지 들러 올라오면서 봉화마을 관람도 있었다. 태풍으로 일정을 바꾸어 우선 봉화마을 관람 때의 숙연한 자세와 마음속 느낌은 각자의 몫 이였으리라 생각해 두었었다.
바닷가 용궁사절에 들렀을 때의 무서운 해풍에 의한 파도는 화가 난듯한 모습이 자연을 파괴 하고 있는 우리들 인간에게 경각심을 주는듯하여 잠깐만이라도 겸손의 단어를 떠올리게 하였고, 그 곳 지하 약수 물을 마시면서는 기도하는 마음 자세였다.
해운대 바닷가 해변에는 물놀이온 이들도 많이 있었지만 거친 파도 때문에 깊이 들어가지는 못하고 구경들만 하고 있는 터였다. 그런데, 그곳에서의 동그라미 식구들은 담당교사들을 비롯하여 한사람씩 밀고 당기고 하다가 팔다리를 번쩍번쩍 들어서 파도치는 물속으로 던져 넣기를, 그렇게 즐겁고 재미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어느 누가 보아도 이네들이 지적 장애인들임을 설마하고 보았으리라. 함께 즐기고자 하는 마음들이 일치되어 무리 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그들이 즐기는 모습을 추억으로 담아 주려고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며, 바쁘게 발길을 옮겨 놓는 선생님들 또한 모두 한군데 어우러진 가족들이라고 서슴없이 말해 주고 싶었다.
저녁 식사 시간에는 양산에 계시는 경숙언니가 마침 전화를 받고 오셔서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내게도 좋은 저녁 시간이 되어 만남의 즐거움도 더했었다. 식사 후 조금 쉬는 시간을 만들어 바다에 온 기분으로 생선회도 맛나게 먹으며 오붓한 시간에 서로를 보여주는 이야기도하고, 해변가 도심의 시끌벅적한 주변을 의식하면서 부산에서의 밤은 깊어갔다.
새벽 바다를 보고자 음악선생님, 요즘 갱년기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장애인 정화 언니와 셋이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어보며 우울증을 빨리 떨쳐 버릴 수 있는 여러 가지 삶에서의 경험들을 이야기 해주면서 느닷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옷도 적시고 휴대폰으로 사진도 찍어 보곤 하였지만 흐린 날씨 탓에 해돋이는 볼 수가 없었다.
일산분란하게 움직이는 친구들은 다음날도 정해진 시간대에 나와서 흐트러짐이 없는 식사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다음 일정을 향해 이틀째의 여행지인 거제도로 버스는 질주하였다. 가는 동안에는 좋은 영화 한편씩을 볼 수 있게 배려를 해주셔서 지루함을 잊고 한때는 귀가 따갑도록 듣던 거제도를 해저(육로)터널을 버스로 달려서 들어 가보니 구조라 바닷가 해변은 조용한 어촌 마을의 정서가 참 좋은 느낌을 주었다. 바닷바람에 묻어오는 비릿한 풍향 또한 신선함이 느껴지고, 어두워지는 멀리 바다 건너편 해변의 휘황한 불빛들은 큰 도심의 야경을 보고 있는 듯 했지만, 그 불빛으로 일렁이는 밤 바닷물에 반사되어 보이는 곳은 할 수만 있으면 훌쩍 날아서 그 곳에 닿고 싶게 하는 야경의 풍광이었다.
숙소의 큰 방에는 여성들만 들기로 하고, 저녁 식사 후 섬 마을과 구조라 해변으로 산책을 나섰다. 물젖은 모래가 해운대의 모래사장과는 다른 단단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몇 팀씩 어울려 산책만으로 사진도 찍고 했다.
숙소에 들어와서 작은방 남성 식구들과 다함께 모여 후식을 먹으면서 이틀 동안의 여행에서 느낀 점들을 각자의 이야기로 이어갈 때는 서로가 먼저 하고자 손을 들어 꾸밈없이 본인들이 느꼈던 좋은 점을 어쩌면 그리도 정성을 들여 진지하게 말을 하고, 또한 들어주는지 그네들이 짓는 표정은 너무도 맑고 순수해서 일부러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켜도 못할 거라는 감동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어찌 어찌 춤을 추게 되었을 때는 너나없이 흥이 나서 함께 할 때는 연예인 저리가라 할 실력들이 아주 대단하였다.
여행 마지막 날이 밝아오는 시간에 정화언니와 둘이서 거제시로 나가는 도로의 언덕을 올라 멀리 바닷물 가운데 보이는 섬 외도와 해금강을 미리보고, 구조라 해변으로 가서 전날 다 말하지 못했다싶은 갱년기 우울증 해소 방법 제 2탄을 엮으며 제법 멀리에 있는 작은 바위섬까지 가면서 예쁜 돌도 줍고, 조개껍데기를 줍기도 했다. 한여름 섬 해변의 이른 아침 공기는 찌들은 영혼을 맑게 해주는 탁월한 환경 조건의 당당함이 그 아침에 마셨던 찬 원두커피의 시원함과 같은 기분을 가지게 하였다.
먹을거리에 노심초사 하는 우리는 거제에서 농사지은 여러 가지 무공해 반찬으로 박나물까지 먹어보고, 외도로 가는 환타지아호에 승선하였다. 거친 파도 탓에 해금강을 제외하고 외도 보타니아라고 했던가! 환상의 그 섬은 사진기 돌아가는 소리와, 인파가 탄성을 내뿜는 외마디 소리로 극치를 자아내는 동화책에서나 봄직한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 틈에 동률 이는 관광 가이드 누나와 손을 꼭 잡고 그들만의 아방궁 같은 섬을 그늘에서 쉬어가며 즐기고 있었다. 외도 섬을 그토록 아름답게 만들어 주신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고, 아쉬움을 남기며 마지막 코스인 내가 그리던 통영으로의 여행길이 약간의 시장기가 더해지면서 달뜬 마음을 잠재우고 미륵산 행 게이블카를 탑승하여 정상에서 보는 통영 일대는 한려수도 전경, 거제 전 지역까지 장관 이였다 산중턱에서 박경리님의 기념관과 산소전경도 볼 수 있었다 좀 더 서둘러 산을 내려오면서는 사진기 밧데리 방전으로 아쉬웠던 마음은 조만간 2차 방문을 생각하게 했다
회덮밥! 일미(一味)였다. 우리 친구들은 음식도 맛깔나게 먹고, 커피까지 곁들여 여유를 부리는 모습은 함께 가까이 있어보지 않으면 볼 수 없으리라. 여행지에서의 선물 구입도 더러는 하시고, 드디어 집으로의 발길은 버스에 몸을 실었고, 달리는 고속버스에 뿌려지는 빗줄기가 우리 여행에 행복한 축복의 단비였음을 확신 할 수 있었다.
동그라미 식구들, 그네들은 틀림없는 한 가족들이었다. 나이는 10대에서 60대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서로를 챙겨주고 그들 각자가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함에 있어서 평소의 생활 모습을 그대로 다 보여 주는 것이었다. 평소의 우리 엄마들은 힘겨운 자식에 대한 가슴앓이를 그 누구도 모르리라 자처하곤 했던 것이 부끄럽기까지 하였다.
장애가 있으면 도움을 받고, 도와주어야만 하는 것을 상식으로 알고, 그렇게 교육도 하지만, 받는 쪽인 그네들의 마음 준비가 얼마나 순수한 상태에 있는가에 따라서 양쪽이 느끼는 행복의 척도는 차이가 있을 것임을, 그러자면 공동체 생활을 하는 그들의 평소의 생활에서 사랑의 마음이 얼마만큼 채워져 있지 않으면 불가능 하리라는 생각이다.
가족임에도 한 지붕 아래에서 살지 못하고 떨어져 지내야하는 아픔을, 이제는 그만해야겠다고 나름 스스로에게 안심을 하는 처세를 가져 볼 것을 인지해본다.
부모형제들과 장애인 본인과 또한 수호천사와 같은 내심을 담고 공동체를 보살펴 주시고 이끌어 주시는 그분들, 이는 삼 일체의 삶에서만 지어낼 수 있는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아들과의 동행으로 여행을 하면서 대접을 받았으며, 차후 사회적으로 지양해야할 우리들의 과제는 다른 무엇도 아닌 진실 된 사랑의 표현뿐임을 깊이 느낄 수 있었던 참 좋은 시간 이였다.
2011년 7월 27일
동그라미 식구들...
501호재인코디
이덕선
이건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