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씨네 코디 오○란

지○씨네를 맡은지 4개월째. 이젠 식구들과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는데 ○주씨만 아직도 적응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주씨가 식구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항을 인계받았을 때 타이르고 다독여준다면 나쁜 행동들이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 ○주씨가 큰 잘못을 하더라도 큰 소리를 내기보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풀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3월 27일 그 생각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27일 한방진료 시간이 되어 한방진료를 받을 것인지 물으러 ○주씨 방에 들어가자 단기 입주체험자였던 ●선씨가 □나씨의 필통을 가지고 있었다. 그 필통은 □나씨 것인데 왜●선씨가 들고 있냐고 묻자 ○주씨 것이라면서 구경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 필통은 분명 ○나씨가 외박 후 돌아오며 어머님께서 챙겨주셨던 것인데, 어떻게 된 일인지 ○주씨에게 묻자 □나씨가 필통을 줬다고 한다. ○나씨는 인지가 낮아 자기 것 남의 것이 없으니 다시 돌려줬으면 좋겠다고 타이르며 이야기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주씨는 인상을 팍 쓰면서 고개를 떨궜다.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기에 다시금 안내하자 “알았다니깐요~”라고 소리치며 문을 쾅 닫고 나가 버린다. 이에 ○주씨를 다시 불러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소리치며 나가 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묻자 아무런 대답이 없다. 다시 □나씨에게 필통을 돌려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자 뜬금없이 “저희 엄마한테는 왜 전화하세요?”라고 시작하여 신경을 꺼달라는 둥, 자신에게 행패를 부리지 말라는 둥의 이야기를 내뱉는다. 나는 지금 ○주씨 담당 코디이고, 동그라미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 내가 ○주씨 보호자임을 여러 차례 안내하였음에도 인정하지 않고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만 생각 없이 내뱉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감정이 격해졌고, ○주씨에게 관심을 끄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묻자 “선생님 나가세요.”라고 하며 덧붙여 “가실 곳도 없으시잖요.”라고 이야기한다.

  이 마지막 말을 듣자마자 ‘아... 경계다..경계... 이런게 왕경계구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확 스쳤다. 동그라미에서 식구들과 생활하며 부딪히는 일도 많았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2년 동안 잘 버텨왔던 나인데,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내가 왜 이런 소리까지 들어야 되는지 허탈감에 젖어들었다. 더 이상 ○주씨와 이야기를 해봤자 다시 했던 말들을 반복할 것 같아서 오늘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퇴근을 하였다. 퇴근 후 운동을 하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경계를 풀고 마음을 돌리고 싶었으나, 생각보다 마음돌리기는 쉽지 않았다. 성격상 한 번 받은 충격은 잘 잊지 못하는 편이라 일주일 정도를 그 일로 인해 많은 생각을 했지만 생각을 하면 할수록 마음이 답답해지기만 했다.

 동그라미에 입사하여 마음일기도 여러 번 작성해봤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마음공부는 참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과 동시에 ‘나는 아직 멀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코디와 이용자로 부딪히는 일도 많을 텐데, ○주씨에게 어떻게 지원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