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송동 체험홈 김○태

지난 2월에 있었던 일이다. 평소 여행을 잘 다니지 않던 나는 직원연수, 식구들과 나들이가 많은 동그라미에 입사하여 다양한 장소에서의 추억을 쌓게 되어 여행의 참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또한, 지금의 아내와의 결혼에 성사되기에 일조도 했던 테마여행... 그 추억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기 위해 안가봤던 장소를 고심한 끝에 그동안 유독 갈 기회가 없었던 충북지역을 선정했고 죽기 전에 꼭 한번 경험해야한다는 “패러글라이딩”으로 유명한 단양으로 떠나기로 정했다.

하지만 이 “패러글라이딩”이라는 단순 항공레포츠가 인생을 바뀌게 할 계기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전날 숙직근무를 마치고 퇴근을 하여 점심 무렵 아내와 함께 강원도만큼 먼 거리에 위치한 단양으로 떠나게 되었고 3시간의 긴 운전 끝에 충청북도 단양이라는 도시에 도착을 하게 되었다. 당일코스로는 짧은 일정이기에 숙박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에 미리 예약해 놓은 리조트에 먼저 짐을 푼 다음 비행을 하기로 한 장소로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 무렵이었다. 바람의 영향으로 비행이 결정되는 글라이딩의 가능 여부는 다행히 적당한 바람이 불어와 가능하게 되었고 앞서 비행하는 사람들이 대자연을 향해 뛰어드는 장관을 바라보니 긴장되면서 설레이기 시작했다.

비행의 수속이 이루어지는 비행장소 사무실에서 주의사항과 안전 동의서에 싸인을 하고 우리의 비행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근데 앞선 대기자들이 많았는지 나와 아내의 비행은 하염없이 미뤄졌고 시간은 어느덧 해가 넘어가고 있는 6시 무렵이 되었다. 내일은 바람이 심해 비행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사전에 들어놨던지라 이거 못타는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찰나 마침내 비행준비가 되었다며 마지막조에 배치되어 비행을 하기로 했다. 겨울 산속의 해는 뚝 떨어지는게 보일정도로 빨리 지기에 서둘러 장비를 착용하고 비행을 하려고 하는데 좀전까지 그렇게 좋던 기상이 갑자기 바뀌어서 비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돌풍이 불어대기 시작했다. 갑자기 부는 강풍에 글라이딩만 수천번 한 파일럿들도 당황을 했고 바람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자고 했다. 하지만 바람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았고 아쉽게도 비행이 힘들다는 판정이 내려지려고 하는 찰나!! 나와 같이 비행을 하기로 한 파일럿이 나에게 어디에서 왔냐는 물음을 해왔다. 이에 “전북 익산”에서 왔는데요~ 하니 멀리서 왔는데 헛수고하고 가면 허탈해하지 않겠느냐고 대답을 하며 자신이 꼭 비행을 시켜주겠다는 말을 해온다.

근데, 나는 뛰면 좋고 아님 말지 하는 마음이 앞섰기에 이런 바람에 굳이 목숨까지 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여 비행을 하지 않아도 되니 너무 신경 안써도 된다고 하는 찰나!! 갑자기 바람이 멈춘 틈을 타 비행을 시작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시작된 내생의 처음이자 유일의 패러글라이딩!! 발이 지면과 멀어지고 아내와 밑에 있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이기 시작했고, 날개 하나에 의지해 지상 500M상공에 내 몸을 맡기게 되었다.

일단 뜨게 되면 바람을 잘 못 느낄줄 알았는데 웬걸... 비행전 불어오는 바람의 위력은 공중에 뜨니 그 위력을 더했고 이상스레 내려가는 느낌보다는 공중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었다. 하강을 하지 않은 점을 의아하게 여겨 뒤에 탄 조종사에게 물어보니 이렇게 바람이 쎈 날씨에는 조심히 조종을 해야한다는 걸 보면 조종사도 당황을 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게 15분 가까이 실로 매달아 놓은 인형처럼 허공에 있으니 갑자기 공포감이 밀려왔다. 이거 잘못되면 어떡하지?! 동시에 눈으로 엄습해오는 시각의 공포보다 내 귓가를 때리는 엄청난 청각의 공포까지 더해져 나중에는 문득 “그래 가더라도 고통없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자포자기의 심정까지 느끼며 되었다. 덩달아 왜 하필 이런 날씨에 무리한 비행을 강행한 조종사에게 원망심이 밀려왔고 내려만 가면 한마디 하려는 생각이 마음을 지배해왔다. 우여곡절 끝에 5분이면 완료 될 비행이 20여 분만에 끝나고 지상에 안착하는 순간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낌과 동시에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고 조종사에게 막 뭐라고 쏘아붙였다. 조종사는 애써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게 되며 힘든 비행이 마무리가 되었는데 나중에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은 아무리 베테랑 조종사래도 이런 날은 1,000만원을 줘도 안 뜨는게 정석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나를 담당한 조종사도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니 더 이상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군대에서 헬기레펠도 해봤고 높은 곳에 대한 담력이 어느 정도 있다고도 자신했지만 이번 글러이딩 사건으로 다시 한 번 나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나를 어떻게든 안전하게 착지시켜주고 싶었던 조종사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한 채 쏘아붙인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고 한 번 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요즈음 매체에서 간혹 글라이딩 사고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면 지금도 그 순간이 떠올라 트라우마로 계속 남아 다시 글라이딩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경험 중 하나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