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에 하나만

2014.04.04

○정씨네 코디 이○술

아침에 출근하여 식구들 샤워 지원을 시작하였다. ○호, ○선씨의 샤워 지원 후 ○석씨의 방으로 들어가니 방 한가운데 떡하고 있는 커다란 대변 덩어리가 보인다. 방에는 대변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고 ○석씨는 자신이 해 놓은 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서워”를 연신 이야기하며 변기 위에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어떻게 된 것인지 물으니 “쌌어..”라고 간결하게 대답한 뒤 다시 무서워라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근래 들어서 다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석씨를 잘 알기에 곧바로 대변 정리를 한 뒤에 ○석씨에게는 대변을 방에다 보지 말고 급하면 곧바로 화장실 이용을 하자고 안내를 하니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네”하고 영혼 없는 대답을 한다. 볼일이 어느 정도 마쳐갈 즈음 샤워를 하자고 안내를 하니 “네”하고 대답 후 천천히 샤워기 밑으로 오더니 코디에게 주먹을 날리는 경석씨. 금세 손을 잡고서 하지 말도록 안내를 하니 “네”하고 대답을 하며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다시 무섭다고 이야기를 한다. 매번 먼저 주먹을 날리는데 대체 뭐가 무섭다는 것인지.... 자신이 한 행동 뒤에 혼나는 것이 무섭다는 것인지 무서움을 느껴서 미리 주먹을 날리는 것인지 오래 옆에서 봤지만 뭐가 먼저 인지 잘 모르겠다. 샤워를 하는 동안 잘 씻는 가 싶더니 샤워를 마치고 방에 들어와 다시 주먹을 날리는 ○석씨. 나도 이제 만성이 되어 가는지 어렵지 않게 주먹을 피하고 하지 말도록 여러 번 안내를 하는데 그래도 무섭다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경계인지 허탈함인지 모를 헛웃음이 흘러나온다. 주먹질이나 대변실수 둘 중에 하나만 하면 좋으련만 요즘에는 종합선물세트 마냥 여러 가지를 안겨주는 ○석씨의 모습에 작은 경계들이 매일매일 찾아오는 것 같다. 매번 폭력 사용을 할 때마다 ○석씨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을 해보려고도 하고 원인을 파악해서 제거를 하면 나아질까 싶어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지만 시시각각 달라지는 ○석씨의 마음과 폭력행동, 대변 실수 등의 모습들을 보면서 점점 지쳐가고 짜증부터 나는 나의 모습들을 보게 된다. 옷을 입으면서도 자꾸 움츠러들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언성이 높아지고 괜스레 짜증부터 나는 것 같아 우선 옷을 입도록 안내 후 세탁기를 돌리러 갔다. 세탁기 가동 후 다시 방으로 가자 옷을 다 입고 방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가만히 옆에 앉아 손을 잡고서 무서운 것은 없으니 다른 사람을 때리지 말고 잘 지내자는 것과 화장실 이용도 잘하자고 안내를 하니 좀 전과 비교하여 많이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진정되고 나니 커피를 찾으며 먹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나 지금처럼 생활하면서는 커피나 콜라는 먹기 힘들다고 안내를 하니 시무룩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대변실수나 폭력 사용을 하지 않으면 맛있는 커피를 많이 먹자고 안내를 하니 “커피”라고 크게 이야기를 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여러 가지로 복잡해지는 것 같다. 잘 지내자고 여러 번 안내를 해주고 다시 일과에 참여를 하는데 불안정한 모습들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을 하지 못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