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진-

  재○씨가 운다. “배 아파~아파~” 배가 아프다고 호소한지 언 3개월. 위 와 장 모두를 검사해봤지만 딱히 별 이상은 없다. “재○씨, 배 괜찮아요. 검사해봤는데, 안아프데요. 밥 천천히 먹으면 돼요”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츄르르르~ 아파”라고 답한다. 속이 탄다. ○숙 언니처럼 발견되지 않았지만, 오장육부에서 거대하고 심각한 병이 자라나고 있는 건 아닐까? 차라리 그녀의 병이 꽤 병이면 좋겠다. 나만큼 고생하시는 간호사 선생님께서 건강상의 문제가 아니라면 심리적인 문제일 수 있겠다고 말씀하신다. 그래, 아프다고 호소하는 이면의 문제가 있겠지.

다시 한 번 부엉이 눈을 한 체, 일상 생활의 면면들을 관찰해보자. 첫 번째 식습관. 재○씨는 할머니처럼 국에 밥을 말아 먹는다. 국에 밥을 말아먹으면, 밥알이 잘게 잘게 조각나지 않으니까, 소화기관에 부담이 되겠구나 싶어 국물을 1/3로 줄이고 말아먹지 못하게 한다. 두 번째 관계. 애정에 대한 욕구가 강해서, 언제나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그녀에게 좀 더 살갑게 대하자. 아침에 출근할 때, ‘잘가요~’라고 말하며 꼭 껴안아주고, 점심 식사 후에도 곁에 앉혀 원숭이 어미처럼 재○씨 흰 머리를 골라준다. 그러면, 어김없이 재○씨의 필살기 “이~이~이~”라고 귀여운 목소리를 내며 내 팔을 아기 가재처럼 살포시 꼬집는다. 그러나, 약 먹을 시간이 되어 괜찮냐고 물어보면 여전히 “아파~”라고 답한다. 평소 자신의 일은 알아서 처리하는 재○씨가 아프다고 호소한 이후부터 아기처럼 짜증도 더 내고, 식구들에게도 더 민감하게 대하며 과잉행동을 한다. 나는 또 그 모습에 요란해진다. 더 이상 어떻게 해야될까? 5동 회의를 하면서, 답답함을 토로하니, 선생님들께서 더 정밀한 C.T. 검사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의견을 주신다.

마지막으로 C.T. 검사를 해보기로 간호사 선생님과 의논한 후, 5.15일 미래영상의학과에서 초음파와 복부 사진 찍었는데 간 담낭, 췌장 양쪽 신장 방광 이상소견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휴~ 다행이다. 재○씨에게 더 이상 몸이 아프지 않으니, 꽤병을 고만 부리자!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다. 이후 약을 먹지 않는 재○씨는 아프다고 호소하지 않는다. 그 긴 시간동안 재○씨가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더 사랑받고 싶어~’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