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동 ◯희

야간당직업무를 마치고 모처럼 일찍 퇴근길에 나섰다. 남편도 출근하고, 언니네 집에 방문 하려 하였으나 모두 감기에 걸려 있어 예방하자는 마음으로 그냥 나의 집으로 향했다. 샤워를 마치고 세탁기를 돌렸는데도 12시가 되지 않았다. 너무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 어색하기도 했지만 자유로운 마음이 더 크게 들었다. 혼자 채널도 마음껏 돌려보고 쇼파에 누워 TV도 시청하며 오전과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후 3시경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스르륵 잠이 들 무렵 갑자기 내 휴대폰에서 전화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혜화학교 선생님이었다. 잠시 전화기를 바라보며 망설였지만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내 목소리에는 잠이 들려다가 받아서 목소리가 잠긴 채로 전화를 받았다. 이윽고 혜화학교 선생님이 “아이고, 쉬셨어요?”라고 이야기를 하며 말씀 하신다. 무슨 일인지 물으니 정○○씨가 오늘 혜화학교 방과 후 수업을 들어가야 하는데 학교 사정상 본인이 선택했던 공예 수업이아니라 무용반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매우 싫음을 표현하고 결국 방과 후 수업시간에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휴대폰이 있지만 담임선생님의 전화는 받지 않고 있어 담당자인 나에게 연락을 하였다고 한다. 우선 없어진 ○○씨와 통화를 해야 하기에 전화를 끊고 연락을 해본다. 마음이 슬슬 요란해지기 시작하였지만, 우선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내 전화는 받았다. “○○야, 어디니?”라는 이야기에 대답보다 방과 후 학습 사정 이야기를 나에게 털어 놓는다. 성격상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부분에 있어 강하게 거부하는 ○○씨임을 알기에 차분히 들어주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 갔다. 다행히 학교 안에 있었고, 담임선생님과 함께 방법을 찾아야 함을 설득하여 교실로 돌려보냈다. ○○씨와 통화를 마친 후 담임 선생님과 다시 연락을 하며 ○○씨와 통화를 했고, 곧 교실로 돌아갈 것임을 안내하자 학교 사정에 대해서 쉬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하신다. 길어지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냉랭해지고 요란해진 마음 탓에 단답형으로 대답만 한다. 통화 끝에 자꾸 쉬는 날마다 연락을 하게 된다는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아, 네 그러게요”라고 이야기를 하며 빠르게 통화를 마쳤다. 시간을 보니 4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저번에도 쉬는날 전화가 오는 바람에 자다가 말고 받았었는데 하는 생각과 결국 잠은 다 잤다는 생각에 혼자 짜증을 부리며 집안일을 하며 마음에 경계가 생긴 채 집안일을 한 후 남편을 맞이했다.

감정> 윤◯경- 항상 문제가 생겨 경계를 느낄 때마다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아내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남편의 지원을 잘 받는 것 같습니다.

이◯영- 항상 아내의 입장을 생각하며 객관적으로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주고 감정을 추스르게 하는고마운 사람이 있어서 원망의 마음을 감사의 마음으로 잘 돌린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잘 쉬었는지 묻는 남편에게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왜 하필 쉬는 날마다 연락이 와서 내 귀중한 시간을 망치는지 모르겠다고 하며 원망 섞인 말들을 마구 내뱉었다. 한참 이야기를 듣던 남편이 “에이~ 쉬는 날 동그라미에서 식구 없어졌다는 소식에 자다가 벌떡 일어나 쉬고 있던 나까지 함께 찾아보자고 부탁하던 내 마누라는 어디 있지?”라고 하며 나에게 이야기를 한다. 만약에 연락 없이 더 큰일이 벌어졌다면 저번처럼 쉬는 날 다시 회사에 나갈 일이 생겼을 수도 있지 않았겠냐고 덧붙인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쉬는 날마다 연락 오는 이유는 그 날이 새 학기 첫 날이었고, 또 ○○씨가 학교에서 사라진 일에 놀랐을 혜화학교 담임선생님의 입장에서 담당코디인 나에게 연락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던 것이다. 이렇게 마음을 돌리니 원망만 했던 내 스스로가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씨가 아예 없어졌거나 더 큰일이 벌어지지 않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는 벌어진 상황에 타인을 원망하거나 짜증을 내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드릴 줄 아는 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