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08일

김○호(1동 ○정씨네 코디)

하루 종일 푹푹 찌는 더위를 뒤로하고 어느덧 퇴근시간...

가벼운 발걸음으로 문 앞을 나서려는 순간 ○석이가 거머리처럼 달라붙는다. “커피... 커피...”내 팔짱을 끼고 유난히 친한 척 하면서 매달린다.

최근 집에 다녀온 뒤로 당연하다는 듯 커피를 요구하는 모습인데 어머니께서 집에 있는 동안 불안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준 탓이리라. 단박에 거절하고 그냥 퇴근을 할까 하다가 하루 종일 더운 날씨로 교보캠프기간이라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한 ○석이가 왠지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커피는 예전에도 안 된다고 했잖아. 대신 코코아 뽑아 줄께!”라고 한 뒤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코코아 버튼을 누른 뒤 나오길 기다리는 순간 갑작스레 눈에 별이 번쩍였다.

정신을 차리고 허리를 펴 앞을 보니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고 있는 ○석이와 마침 쉼터를 지나던 놀란 눈의 김○환 매니저가 보인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르고 또한 ○환 매니저의 안타까운 시선을 보니 수치심이 함께 차오른다.

당장 마음공부실에 데리고 가서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자 해도 때는 교보캠프 기간이라 마음공부실도 차 있고 어린학생들도 많은데 큰소리가 오가면 좋지 못한 이미지를 남길 것 같고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가슴은 점점 뜨거워진다.

○환 매니저가 나에게 다가와 괜히 미안한 모습으로 위로의 말을 하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음공부법에 따라 지금은 멈춰야 할 때다. 하지만 눈앞에 여전히 주먹을 쥐고 야릇한 미소를 띠고 있는 ○석씨를 보고 있자니 멈추는 것도 힘들다.

우선 자리를 떠야겠다. 뽑아주려 하던 코코아를 그냥 운동장 쪽으로 뿌리며 ○석이에게 “그냥 가려다가 코코아라도 뽑아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지 이게 무슨 짓이야? 앞으로는 그냥 주는 것은 없다!”하고 그대로 동그라미 주위를 한 바퀴 돌다가 차에 올라 퇴근을 했다.

집에 와서 조금 마음이 진정되면서 ‘왜 ○석이는 느닷없이 주먹질을 한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석이를 맡아 병원진료와 사례회의를 통해 ○석이는 ‘잘못된 보상제공의 결과로 본인의 불만을 폭력적 행동으로 표현한다’라는 결론을 도출하였고, 또 이에 따른 보상제공의 원칙을 정하고 시행하였는데 정말 몰라볼 정도로 달라지는 모습에 나름 자부심을 느낄 때도 있었건만... 이것이 다 원가정 외박 기간 중 어머니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준 탓... 외박 출발 전 그렇게 당부를 했건만... 원망심이 들었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보니 나 또한 어머니와 다를 바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폭염으로 날씨가 덥다고 자주 음료수를 뽑아 마시곤 했는데 그럴 때 마다 귀신같이 나타나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 어김없이 음료수를 뽑아주고 하지 않았던가?

나도 지키지 못하고선 이러한 상황에 이르니 무조건 어머님만 탓한 내 자신이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한 번 다짐을 한다. 앞으로는 절대 원칙을 벗어나는 보상제공이 없어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