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5일

이◯술(1동 ◯황씨네 코디)

아침에 출근을 하고 식구들 샤워 지원 후 방을 닦고 있던 중 ◯황 아저씨가 나에게 와서는 자판기가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되지 않는지 물으니 지폐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신다.

우선 하던 일을 멈춘 후 자판기로 가서 안을 살피니 지폐 한 장이 구겨져서 지폐투입구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 보인다. 제거 후에 이제 괜찮다고 이야기를 하니 “고맙습니다.”라고 이야기 후 커피를 드시고 작업을 하러 가신다.

요 며칠 자주 구겨져 있는 지폐가 들어 있어 나를 찾는 사람들이 잦아졌다. 으레 내 일이니 군소리 없이 자판기를 살피러 가기는 하지만 청소를 하다가도, 빨래를 널다가도, 밥을 짓다가도 자주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으니 혼자 드는 푸념처럼 내가 코디인지 자판기 관리인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그냥 혼자 장난처럼 ‘복지사 때려치우고 자판기 관리나 하러 다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요즘이다.

자판기 문을 연 김에 정리를 마치고 다시 일과로 돌아가는데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김◯주씨가 찾아와 또 지폐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다시 황급히 자판기로 가서 살펴보니 이번에도 구겨져 있는 지폐가 지폐 투입구를 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별 이야기 하지 않고 돈을 제거한 뒤에 한 번 해보라고 하니 “어 잘 된다.”라고 이야기를 하며 김◯주씨가 웃으며 자판기를 이용하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웃는 모습에도 나의 마음은 요동치기 시작한다. ‘대체 한 두 번도 아니고 누가 이럴까?’하는 생각과 짜증이 밀려온다. 무작정 집어넣으니 지폐가 걸리는 것일텐데... 조금 신경 써서 지폐를 집어넣으면 안 되는 것일까?

가뜩이나 이것저것 신경 쓸 것도 많은데 나에게 자판기는 하루에도 여러 번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 가야하는 큰 과제를 준다. 처음에는 재미있던 일들이 이제는 정말 코디 업무 이외의 하나의 일이 되어 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마냥 좋아하는 김◯주씨 앞에서 인상 쓰고 짜증내는 모습 보이기 싫어 방으로 들어왔다. 의자에 앉아 널부러져 있는 빨래를 뒤로 하고 잠시 생각에 잠겨 본다.

처음에는 재미있던 일들이 이제는 하나의 일과로 된 현재의 상황과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인데 몇 번 지폐가 걸린 것을 보고는 마음이 요란해지는 것을 느끼는 나의 마음을 돌아본다. 과연 이게 짜증이 나고 귀찮게 느껴질 정도의 일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하지만 답은 ‘아니다.’이다. 난 이일을 좋아하고 있고 사람들이 찾는 것을 즐거워하며 나름 재미를 찾고 있다. 그런데 다른 일과 중복될 때 사람들이 찾으면 경계가 왔던 것이다.

혼자 나름 마음을 정리하니 좀 전에 들었던 경계는 눈 녹듯이 사라진다.

그래, 아무리 귀찮아도 난 명색이 자판기 사장님이 아닌가. 자판기를 찾는 고객들을 좀 더 세심하게 살피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자판기 관리를 해본다.

<감정>

- 법에 대조하는 부분만 챙기면 더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습니다. 일상수행의 요법 1조 자성의 정을 세우자 부분이 맞는 것 같네요.(박◯진 코디)

- 매주 일상수행의 요법을 하고 있는게 모든 경계상황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 같은데, 순간 경계가 왔을 때 일상수행의 요법을 대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김◯수 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