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아빠

1동 박○영 코디

10월 6일 일요일 집에서 온전히 쉴 수 있는 날이다.

쉬는 날 전날은 항상 일찍 잠자리에 들지 못한다. ‘내일은 실컷 늦잠을 자고..’부터 시작해 그동안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해본다. 늦은 시간까지 평일에 못 보던 프로그램을 돌려보며 새벽 느즈막히 잠이 들었다. 잠결에 아들 우는 소리가 들린다. 배가 고파서 인지.. 졸려서 인지.. 모르겠다. 핸드폰 시계를 보니 6시 13분이다.

‘오늘은 쉬는 날인데. 실컷 잘 생각에 늦게 잠들었건만..’ 잠에서 깨었지만 울고 있는 소리를 못 들은 척하고 계속 누워서 있었다. 아내가 일어나 아들을 달래주고 놀아주는 소리가 들린다. 한참 동안 누워 있다가 아내를 바라보니 아들을 안고 졸고 있다.

‘아침에 내가 아들 울음소리를 듣고 일어났다면 지금 아내가 편하게 쉴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연수를 받으면서 민영선생님에게 배웠던 마음공부가 생각이 났다. 평일에는 일한다는 핑계로 아들과 많이 놀아주지 못하고 신경도 못 써주는데 그런 내 몫까지 항상 아내가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경계가 내 마음 속에 생겼던 걸까?

아내에게 쉬라고 이야기를 하고 아들과 함께 집주변 산책을 하면서 아이가 태어나고 100일이 된 지금까지의 날들을 회상해본다. 누구보다 좋은 아빠가 되어 무엇이든 함께 해주겠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현실에서의 나는 자는 아들을 보며 조금 더 잤으면 하고 바라게 되고 아내가 챙겨주고 재워주고 놀아주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며 하루종일 일을 한 후 퇴근했으니 집에서 조금 쉬는 건 당연한거라며 스스로를 합리화 시켜왔다. 내가 생각했던 아빠의 모습은 이런게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주말에는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을 하였다. 10월 20일 아침 5시 43분. 아들이 울고 있다. 아내가 깨기 전에 먼저 아들을 안고 분유를 타서 먹이고 아들과 함께 ‘까꿍’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하루 종일 아들과 함께 보내고 나니 22시 19분에 아들이 잠들고 나서야 나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반복되는 패턴이였지만 쉽지 않은 하루였다. 주변에서는 젊은 아빠라는 이유로 육아에 많이 동참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아내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정작 나는 그동안 아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주지 못했는데 말이다.

휴무인 오늘 아들과 하루를 함께 보내며 몸이 힘들지언정 마음속으로 큰 뿌듯함이 밀려온다. 나는 초보아빠다. 서툴지만 아내와 아들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들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나에게도 행복한 일임을 느끼게 된 하루였다.